[딜 인사이드]대기업이 파는 진단사업, PEF에만 인기 높은 이유

입력 2023-05-09 10:00  

이 기사는 05월 09일 10: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LG화학과 SK스퀘어가 줄줄이 진단의료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때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진단사업이 '천덕꾸리기' 신세가 됐다. 글로벌 상위 10개사들이 과점 중인 시장에 '신흥 강자' 중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버티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아졌다. 대기업에겐 비주력이지만 사모펀드(PEF)들은 현금이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대기업들은 진단사업의 영속성과 고용 안전성을 위해 경쟁 진단기업에의 매각을 희망했지만 결국 가격을 더 높게 쳐준 PEF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체외진단 의료사업들이 동시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2018년 매각 무산 이후 5년 만에 매물로 나온 LG화학 진단사업부는 최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가격은 1000억~1500억원으로 알려져있다. SK스퀘어는 코스닥 상장기업 나노엔텍의 최대주주 지분(28.3%)을 제이앤더블유파트너스(J&W)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J&W는 아직도 인수 자금 580억원을 마련하는 중으로 전해졌다.

한때 대기업들이 나서 인수 경쟁을 벌였던 진단사업은 점점 '뒷방'으로 밀려나 결국 매물로 나오고 있다. 과거만 해도 대기업의 확장 의지가 컸다. LG화학은 1986년 진단시약 연구개발을 시작으로, SK스퀘어는 2011년 나노엔텍 인수로 시장에 진출했다. 인구 고령화로 시장 규모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고 펜데믹 기간엔 진단키트 매출이 급증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진단사업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체외진단 시장은 글로벌 상위 10개사(로슈·애보트·다나허 등)가 65%를 점유하는 시장이다. 최종 이용자인 병원과 연구기관이 안정성과 신뢰를 중시하다 보니 기존 장비를 잘 바꾸지 않아 과점이 굳혀졌다. "한국 기업들은 사실상 이들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수준에 그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아래로는 중국이 신흥 강자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신규 서비스나 상품이 출시할 때마다 정책과도 매번 싸워야 한다. 체외진단기기는 의료기기의 일종이라 규제산업에 속한다. 제품 임상시험부터 보험 등재까지 수개월부터 길게는 2~3년이 소요된다.

LG와 SK 진단사업의 거래 상대방이 모두 PEF다. 국내 진단업체들도 인수 검토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LG화학 진단사업부 매각에선 SD바이오센서와 진시스템, 피씨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대기업 사업부 인수로 빠르게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인수 의지는 크지 않았다. 인수가격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면서 인수 경쟁에서 밀렸다. PEF는 이들보다 10~20% 웃돈을 얹어 인수가를 산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PEF는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해왔다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나노엔텍은 지난해 매출 352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 진단사업부는 매출 약 4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약 2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나노엔텍 모두 거래 성사에 대해선 불안함이 있다. 특히 나노엔텍이 그렇다. 1년 전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도 대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J&W는 입금을 네 차례 연기했다. 이 PEF는 SK그룹과 '밀월관계'로 알려져 있다. 나노엔텍 인수를 입찰 없이 단독 협상으로 성사시켰다. SK와는 2018년 SK(주)로부터 SK증권 지분 10%를 사온 뒤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J&W는 자베즈파트너스에서 MG손해보험 인수를 성사시켰던 장욱제·크리스토퍼 왕이 2015년 공동 창업한 곳이다.

J&W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달 말까지다. 아직 자금을 전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J&W는 애초 전략적투자자(SI)를 유치해 인수 부담을 나누는 구조를 짰다. SI에게 본인의 지분을 사갈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줘 추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패밀리오피스 등 해외 출자자(LP)를 일부 유치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국내 SI는 아직 찾지 못했다. 국내외 중대형 진단업체들을 태핑했지만 협상엔 아직 진전이 없다. SK는 혹시 모를 거래 불발에 대비해 해외 대형 SI를 접촉하고 있다.

LG는 PEF를 우협으로 선정했지만 5년 전 매각 무산 배경이 됐던 고용 불안에 따른 내부 반발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LG화학은 2018년 물밑에서 사업부 매각을 추진했지만 임직원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진단사업은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어 핵심인력이 조금만 빠져도 매출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를 고려해 SI로의 매각을 우선 검토했지만 결국 자금력 있는 PEF의 손을 잡았다. 협상 중 임직원의 이탈 우려가 남아있다. 자칫 핵심인력 이탈로 몸값이 깎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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